초여름이 오면
셔츠 끝이 조금 젖어
습기 어린 창문 너머
흐린 하늘이 번져가
에어컨 바람 아래
괜히 말이 없어지고
조용한 오후 속에
우리만 남아 있어
반쯤 녹은 아이스티
천천히 흐르는 얼음
버스 창문에 기대
멍하니 밖을 바라봐
익숙한 노래 사이
짧은 웃음이 스치고
오늘 같은 공기는
오래 기억날 것 같아
초여름 냄새가
골목 끝에 남아 있고
조금 느린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어
아무 말 없이
같이 걷는 시간도
왠지 오늘은
좋아 보여
축축해진 운동화
젖은 아스팔트 위
멀리 들리는 음악
천천히 번져가
흐린 하늘 아래
나란히 걷다 보면
괜히 마음까지
느려지는 것 같아
별일 없는 하루인데
계속 떠오를 것 같아
초여름이 오면
이런 공기가 생각나
말없이 머물던
조용한 오후까지
천천히 스며든
우리의 계절처럼
오늘은 왠지
집에 가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