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 자판기 불빛
발걸음을 천천히 접어 두네
유리문 밀고 나오던 밤
숨 고르듯 떨리던 말들
주머니 속 접힌 메모처럼
다 하지 못한 마음이 남아
모퉁이의 약속 위에
우리의 시간이 머물러
다시 만나자던 그 음성
바람 따라 조용히 번져 가네
버스 종점 불 켜진 벤치
묻어나는 오래 된 웃음
비틀린 간판 사이로 스며
너의 그림자 나를 건너가
돌아서면 흐려지는 길
되돌릴 수 없는 계절
내 손끝에 남은 체온만
가늘게 흔들리고 있어
모퉁이의 약속 위에
우리의 시간이 머물러
다시 만나자던 그 음성
오늘 밤도 조용히 번져 가네
문득 멈춘 신호 소리
천천히 가라 앉는 숨
말하지 못한 마지막 한 줄
내 안에서 아직도 빛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