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정류장에 서 있어
우산도 없이 그냥 멍하니
마지막 bus 놓쳐버린 밤 열한시
집까지 걸어가기엔 너무 멀어
주머니 속 동전 세어봐도 택시비는 안 돼
젖은 옷깃에 껌 하나 씹으면서
같은 정류장 반대편에 너
똑같이 비를 맞으며 서 있네
스마트폰 불빛만 얼굴을 비추고
어디론가 전화하지만 안 받나 봐
하이힐 벗어 들고 맨발로 서서
차가운 빗물이 발등을 적셔
우린 서로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쳐 돌려
어색한 침묵 속에
빗소리만 들려
비 오는 정류장 끝에서
서로 다른 방향 바라보며
말 한마디 없이 기다려
올지 안 올지 모를 차를
비 오는 정류장 이 밤에
우린 같은 외로움에 젖어
스쳐 지나갈 인연이지만
이 순간만은 함께야
편의점 불빛이 깜빡거리고
자판기 커피나 한 잔 뽑을까
지갑 열어보니 천 원짜리 두 장
그녀에게 건넬 용기는 없고
옆 동네까지 와버린 이유도 모른 채
그냥 비를 맞고 싶었던 걸까
친구 집에서 나온 게 실수였어
술 한잔에 터진 눈물 감추려
무작정 걷다가 여기까지 왔어
이제 와서 미안하다 할 수 없어
그 사람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아
빗소리가 더 편하게 느껴져
우린 서로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쳐 돌려
어색한 침묵 속에
빗소리만 들려
비 오는 정류장 끝에서
서로 다른 방향 바라보며
말 한마디 없이 기다려
올지 안 올지 모를 차를
비 오는 정류장 이 밤에
우린 같은 외로움에 젖어
스쳐 지나갈 인연이지만
이 순간만은 함께야
그녀가 먼저 입을 열어
껌 한 개 있어요
마지막 남은 걸 건네주고
우린 처음으로 웃었어
작은 대화 하나 나누며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오늘 밤만큼은 괜찮아
비 오는 정류장 끝에서
이젠 같은 방향 보면서
작은 대화를 나누며
기다려 올 것 같지 않은 차를
비 오는 정류장 이 밤엔
우린 조금 덜 외로워
내일이 되면 잊혀질 얼굴
하지만 지금은 따뜻해
Bus 한 대 멀리서 오네
Bus 한 대 멀리서 와
어쩌면 타지 않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