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비가 내려서
우산이 없길래
너랑 같이 쓰면
로맨틱할 줄 알았지
근데 우산이 너무 작아서
내 어깨는 다 젖고
너는 멀쩡한데
나는 감기 예약
괜찮아 난 남자니까
이런 거 버틸 수 있어
근데 너 갑자기
내 쪽으로 붙으면
심장이 더 아파
너의 우산이 되어줄게
근데 내 우산은 없네
너의 우산이 되어줄게
근데 내 마음은 젖네
사랑이란 건 결국
지켜주는 거라면서
왜 내 폰 배터리는
지켜주질 못해
며칠 뒤 또 비가 오길래
이번엔 준비했지
투명 우산 큰 걸로
완전 영화처럼
근데 너가 한마디 했지
오빠 이 우산 왜 이렇게 커
나랑 거리두기야
아니야 진심이야
너는 웃으며 말했지
왜 이렇게 잘해줘요
나는 대답 대신
카드 영수증을
더 꼭 잡았어
너의 우산이 되어줄게
근데 내 통장은 찢겨
너의 우산이 되어줄게
근데 내 월급은 짧네
사랑이란 건 결국
서로 지켜주는 거라며
그럼 내 택배도
서로 지켜줘 제발
시간이 흘러
우산이 낡아져도
우리 사랑은
안 낡았으면 좋겠지만
우산은 천 원인데
데이트는 백만 원이라서
오늘도 내 카드가
비를 맞는다
너의 우산이 되어줄게
비 오는 날만이 아니라
햇살 좋은 날에도
너의 그늘이 되어줄게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늘 말고
와이파이 되는 카페로
같이 가줄래
처음부터 운명이었나 봐
비가 와서 만난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좋아해서
그냥 나갔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