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으로 남은 계절이 창가에 걸려
바랜 오후 끝마다 네 웃음이 젖어
떠난 뒤에야 더 또렷해진 장면들이
내 하루 모서리마다 조용히 비쳐와
끝난 줄 알았던 여름은 눈 감을 때마다
흐린 필름처럼 다시 돌아와
잔상으로 남은 계절 속에 너는 있어
사라질수록 더 아름다운 사람
끝나지 못한 오후는 빛이 되어
내 모든 창문 위에 느리게 번져가
빈 벤치 위로 먼지 같은 햇빛이 앉고
식은 바람 속에 익숙한 향이 남아
말보다 느린 기억들이 파도처럼 와서
멈춘 시간 아래 나를 가만히 적셔
잊으려 할수록 더 가까워진 계절이
오늘도 내 안에서 천천히 숨 쉬어
잔상으로 남은 계절 속에 너는 있어
눈을 감아도 더 선명해지는 사람
부서진 장면마저 노래가 되어
새벽의 가장자리마다 흔들려와
계절은 지나가도 빛은 남아서
아직도 네 쪽으로 나를 기울여
만약 그 여름이 전부 꿈이었다면
왜 아직도 이렇게 따뜻한 걸까
잔상으로 남은 계절 속에 너는 있어
끝내 지워지지 않는 온도처럼
흐려진 시간마저 사랑이 될 테니
나는 마지막까지 그 계절을 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