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와도 피지 않는 가지
그 위에 앉은 바람 하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서 있어요
사람들은 나를 지나치며
그늘이 좋아요, 말하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죠
이 그늘은 내 눈물이라는 걸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나는 제자리에 뿌리내려요
누군가의 잠시 쉬어가는 자리
그게 내 운명이라 해도 좋아요
가끔은 바람이 다정해요
내 잎을 쓰다듬으며 속삭이죠
“이제 그만 울어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리워요
여름이 오면 짙은 초록이 되고
가을이 오면 낙엽이 돼요
계절은 나를 바꾸지만
그대 향기는 그대로예요
한때는 꽃을 피우던 가지가
이젠 추억만 품고 서 있죠
햇살이 스치면 눈을 감아요
그때의 온기가 스며들어요
밤이 되면 별빛이 내려앉고
새벽은 조용히 날 안아줘요
아무도 몰라도 괜찮아요
나는 내 자리에서 살아가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건
그리움의 모양뿐이겠죠
그래도 나는 바람에게 속삭여요
“오늘도, 잘 견뎠다고.”
언젠가 내 가지에도
작은 꽃 하나 피어날까요
그때는 웃을 수 있을까요
세상은 여전히, 바람이네요
그 바람 속에서 나는 서 있죠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처럼
누군가의 기억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나무로 살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