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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밝은 밤
탑을 도는 인연 속에
말 없이 스친 눈길 하나
세상은
잠시 멈추었네
사람과 짐승의 경계가
그날만큼은
의미를 잃었네
알고 있었지
오래 갈 수 없다는 걸
그래도 마음은
먼저 닿았네
사랑이 죄라면
이 선택도 죄가 되겠지
살아남는 길보다
남겨지는 길을 택했네
그녀는 말했지
내일의 난동을
그대의 칼로 끝내 달라
그 공으로
그대는 길을 얻으라
울음 속에서
결심은 내려졌네
사랑이 죄라면
이 선택도 죄가 되겠지
벼슬은 높아졌으나
마음은
늘 그 자리에
칼은 손에 있었고
죄는 남았네
이름 없는 사랑 하나
세상에 묻혔네
죽음이 끝이 아니라
길이 되던 날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기도로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