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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읽되
밥은 짓지 못하고
쌀은 빌려
이름을 세웠네
곳간은 비고
말만 남아
양반이라
불리웠네
겉은 점잖고
속은 빚더미
손은 비어도
말은 위에 있었네
이름은 양반
삶은 빈손
입은 닫고
몸은 가만
그것이
양반이라 했네
돈 많은 이
상인 하나
신분 낮아
고개 숙였네
빚을 대신
갚아주고
이름 하나
사려 했네
이름은 양반
값은 문서
사는 것은
규칙뿐
그것이
양반이라 했네
문서 하나
펼쳐 놓고
하지 말라
적어 놓았네
뛰지 마라
씹지 마라
아파도
앓지 마라
점잖은 척
고운 척
숨 쉬는 법까지
가르쳤네
이름은 양반
몸은 묶여
웃음 하나
남지 않네
이것이
양반의 법이라네
상인은 웃다
고개를 젓고
이익이 없다
말을 남겼네
그러자 군수
붓을 들고
다른 문서
다시 썼네
이번에는
하지 마라가 아니고
해도 된다
적혀 있었네
소를 빼앗고
머리채 잡아
코에 잿물
부어도
죄가 아니라네
이름은 양반
속은 강도
그제야
말이 멈췄네
상인은 달아나고
문서는 남아
양반이란 말만
허공에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