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소리도 희미하게 흔들리는 수면 아래
고요히 피어오르는 심연의 박동으로
웅크린 채 번지며 다가오는 네가 있어
나를 품고 푸른 꽃을 틔우는 네가 있어
먼지 사이로 아른거리는 작은 눈빛과
나직한 목소리 그 떨림의 잔상으로
물 향기 아득한 피부결로 목을 감싸고
무력히 잠기어 가는 나를 숨 쉬게 하여
눈이 부시어 나는 눈을 뜨지 않았어
손에 닿은 것들이 느껴지지 않았어
기억은 하나씩 지워지고 의식은 비워져
단아한 미소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
기억을 넘어 현실의 너와 마주할 수
침묵의 울림으로 자각하여 닿을 수
흩어진 꿈이 지금의 우리를 이을 수
무언의 약속을 함께 이루어 갈 수
메마른 영혼을 적시어 스미는 깊은 눈빛과
이성을 씻어내는 그 사랑스런 믿음으로
물빛 하늘거리는 숨결로 입을 맞추고
공허히 부유하는 나를 환히 비추어
눈이 부시어 나는 눈을 뜨지 않았어
손에 닿은 것들이 느껴지지 않았어
기억은 모두 지워지고 의식은 비워져
청아한 속삭임이 차가운 심장을 깨웠어
기억을 넘어 현실의 너와 마주할 수
침묵의 울림으로 자각하여 닿을 수
흩어진 꿈이 지금의 우리를 이을 수
무언의 약속을 함께 이루어 갈 수
수면에 어리던 흐릿한 빛과 그림자는
아늑한 품에 녹아들어 맑게 흩어지고
시선도 먹먹함도 하나로 감기는 순간
사라진 바닥도 잊고 네게로 빠져들어
눈이 부시어 나는 눈을 뜨지 않았어
손에 닿은 것들이 느껴지지 않았어
기억은 지워지고 의식은 완전히 비워져
매끈한 손길이 하얗게 마음을 밝혔어
한순간 고요를 깨고 치솟는 폭포수
모든 색이 수면 위로 선명히 물들어
눈부시게 피어나는 붉은 뮤즈
전율로 깨어나는 나의 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