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가 내리던 오후
사람들 사이를 걷다가
문득 스쳐 간 한 사람에게
그대 모습이 보였어요
젖은 거리의 불빛 위로
익숙한 눈빛 하나가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을
조용히 깨워 놓았네요
그 눈빛을 봤어요
오래전 그대를 닮은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내 안에 있었네요
비가 내리는 이 거리에서
멈춰 선 채 바라보다가
스쳐 지나간 한 사람에게
그대를 다시 만났어요
시간은 많은 걸 바꾸고
계절도 몇 번 지나갔지만
가슴 한쪽에 남은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네요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
그저 지나가는 인연인데
왜 이렇게 내 마음속에
파도처럼 번져 오는 걸까요
그 눈빛을 봤어요
오래전 그대를 닮은
멀어진 시간 저 너머에서
잠든 추억이 깨어나네요
비가 내리는 오늘에도
하늘을 한번 올려보며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조용히 그대를 불러요
여름비는 계속 내리고
도시는 천천히 젖어가죠
잊은 줄 알았던 마음 하나
다시 내 안에 피어나네요
스쳐 지나간 그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몰라도
그날의 비와 그 눈빛은
오래도록 남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