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 목적지는 그냥 가시는 대로
미터기 숫자가 올라가는 소리가 리듬이 돼
창밖엔 꼬리에 꼬리를 문 잔상들의 향연
난 뒷좌석 깊숙이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아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는 이 침묵이 좋아
백미러 속에 비친 기사님의 무표정한 눈
우린 같은 공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궤도
도시의 혈관을 타고 우린 고요히 미끄러지네
가로등이 내 얼굴 위를 규칙적으로 훑고 지나가
Scan, scan, 내 고독을 읽어내듯
난 대답 대신 창문에 머리를 기대
Midnight Taxi, 목적지 없는 질주
미터기 위에 찍히는 내 하루의 가격표
창밖은 Blur, 모든 게 흐릿해지는 이 순간
난 이 도시에서 잠시 로그아웃된 유령
어디든 좋아, 이 밤이 끝나지 않는 곳이라면
한강철교 위를 지날 때 터지는 주황빛
강물 위로 부서지는 빌딩들의 파편들
세상은 저렇게나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데
내 손안의 핸드폰은 여전히 차갑고 조용해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빨리
이 시스템의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그곳까지
Midnight Taxi, 목적지 없는 질주
미터기 위에 찍히는 내 하루의 가격표
창밖은 Blur, 모든 게 흐릿해지는 이 순간
난 이 도시에서 잠시 로그아웃된 유령
어디든 좋아, 이 밤이 끝나지 않는 곳이라면
다 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