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속에서
젖은 머리칼이 흩어져
회색 구름 아래
시간이 멈춘 듯해
조용한 신호음
빗물 위로 번지고
우린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네
눅눅해진 공기 속
희미한 세탁 향기
축 처진 커튼 사이
흐린 빛이 내려와
대충 묶은 머리와
젖어버린 운동화
오늘 하루는
천천히 흘러가
장마 속에서
도시는 물든 것 같아
번져가는 불빛들이
강물처럼 흔들려
익숙했던 거리도
조금 낯설어 보여
비 내리는 소리만
가만히 남아 있어
편의점 문이 열려
차가운 바람이 스쳐
젖은 우산들 사이
사람들이 지나가
작게 울린 진동음
읽지 못한 메시지
괜히 오늘은
마음이 무거워져
아무 일도 없는데
계속 비 냄새가 나
장마 속에서
희미하게 번진 여름
흐린 하늘 아래
천천히 젖어가고
말없이 바라본
창밖의 거리까지
오늘은 왠지
오래 기억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