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분명 맑았는데
괜히 창문만 보고 나왔어
예보도 제대로 안 보고
그냥 서둘렀나 봐
익숙한 길 모퉁이에서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해
비를 피할 생각도 없이
잠깐 서 있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우산 하나쯤 챙길 걸
비를 그냥 맞고 있는 날
이렇게 멈춰 서 있는 날
딱히 갈 곳도 없는데
괜히 돌아보게 돼
조금은 느려진 하루
이대로 괜찮은 순간
빗소리 따라 걷다 보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아
젖어버린 운동화 끝에
괜히 시선이 머물다가
물웅덩이를 피하려다
괜히 더 밟게 되고
지나가던 사람들 속에
나만 조금 느린 것 같아
이상하게 오늘은 그냥
이대로도 좋아
급하게 갈 이유도
오늘은 없는 것 같아
비를 그냥 맞고 있는 날
이렇게 멈춰 서 있는 날
딱히 갈 곳도 없는데
괜히 돌아보게 돼
조금은 느려진 하루
이대로 괜찮은 순간
빗소리 따라 걷다 보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아
잠깐 비가 그치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걸어가겠지만
비를 그냥 맞고 있는 날
그래서 기억나는 날
별거 아닌 하루인데
조금 다르게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