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여름의 온도가 아직 방에 남아
젖은 셔츠 끝마다 느린 바람이 스쳐
너와 걷던 오후는 빛을 잃은 필름 같고
말없이 식어가던 하늘만 길게 남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던 그 계절 속에
우린 사랑보다 느리게 흔들렸지
무채색 여름의 온도 속에 너는 남아
바랜 햇빛처럼 조용히 내려와
끝나지 못한 오후는 잔상이 되어
내 모든 창문 위에 흐리게 번져가
선풍기 소리 너머 멈춘 숨결이 있고
빈 유리컵 아래 작은 물방울만 남아
떠난 자리조차 너무 익숙한 너라서
고요한 방 안이 더 크게 흔들려
기억은 언제나 여름 끝에서 돌아와
가장 느린 순간에 나를 붙잡아
무채색 여름의 온도 속에 너는 남아
사라질수록 더 가까워지는 사람
젖은 공기처럼 가슴에 스며들어
오늘의 새벽까지 천천히 이어져
한 계절이 끝나도 온도는 남아서
아직도 네 손끝처럼 나를 감싸
만약 이 침묵이 우리의 색이라면
나는 그 바랜 빛도 사랑이라 부를게
무채색 여름의 온도 속에 너는 남아
희미한데도 가장 선명한 사람
끝나버린 계절도 노래가 될 테니
나는 마지막까지 그 여름을 부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