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면 들어오는
조금 느린 공기
어제보다 가벼운 마음에
괜히 숨을 고르게 돼
창틀에 걸린 그림자
아무 말도 없는데
왜인지 모르게 오늘은
괜찮을 것 같아
특별한 계획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아
햇살이 머무는 이유가
꼭 대단할 필요는 없잖아
이렇게 조용한 순간이면
충분한 거야
아무 일 없던 하루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건
지금 이 공기와 마음이
같아서일 거야
사람들 사이를 지나
혼자 걷는 오후
이어폰 너머의 멜로디가
발걸음을 늦춰
괜히 서두르며 살던
어제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조금은 더 좋아
모든 게 답이 될 필요는 없어
모르는 채로 두면 돼
햇살이 스며들 듯
천천히
햇살이 머무는 이유가
어디쯤인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시간 속에
나는 잠시 그대로
머물러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오후
햇살이 머무는 이유가
바로 지금이라면
이 하루를
기억해도 좋을 것 같아
지나가버릴 시간 속에
잠깐 남겨진 이 마음
조용히 빛나고 있어
지금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