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시 형광등 불빛 아래
키보드 소리만 울려 퍼지네
스물여덟 살 백수 신세로
레벨 올리는 게 내 유일한 일
옆자리 애는 학원 끝나고 왔나
교복 입고 게임에 몰두해
뒷자리 아저씨는 주식 차트 보고
모두가 각자 현실 도피 중
시간당 천 원으로 사는 평화
여기선 아무도 날 판단 안 해
Pc방 밤은 길어
세상과 단절된 이 공간에서
라면 하나 시켜 놓고
내일은 생각 안 해
Pc방 밤 여기가 편해
카운터 알바생은 졸고 있고
에어컨 바람은 너무 세게 나와
충전기 빌려달라는 중학생
다들 wifi에 목숨 걸었지
이력서 넣은 회사 삼십 곳
답장은 열 곳도 안 왔어
부모님 전화는 꺼놓은 지 사흘째
여기선 실패자도 왕이 될 수 있어
시간당 천 원으로 사는 평화
여기선 아무도 날 판단 안 해
Pc방 밤은 길어
세상과 단절된 이 공간에서
라면 하나 시켜 놓고
내일은 생각 안 해
Pc방 밤 여기가 편해
언젠간 나가야 하겠지
현실이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여기 머물고 싶어
Pc방 밤은 길어
세상과 단절된 이 공간에서
라면 하나 시켜 놓고
내일은 생각 안 해
Pc방 밤 여기가 편해
여기가 편해
새벽 다섯 시
아직 집에 가긴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