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 너머 해가 지네
바람 따라 들길이 물들어 가네
한평생 달려온 걸음이
이제 와서 고향에 닿았네
어린 날 뛰놀던 냇가
발자국도 웃음소리도 그대로인데
나는 무엇을 찾아 떠났는지
손에 쥔 건 바람뿐이네
논둑길 들꽃은 여전하고
지붕 위 저 달빛도 변함없는데
내 마음만 늙어 버려
그때의 나를 불러 보네
너무 바쁘게 살아왔구나
사랑도 웃음도 잊고 지냈구나
결국 다 버리고 가야 하는데
왜 그리 애달프게 살았던가
들판 위에 서성이다 보면
바람소리에 옛 노래가 실려오네
젊은 날 흘린 눈물과 웃음이
이 흙냄새 속에 남아 있네
마을 어귀 느티나무 그늘
그 아래서 뛰놀던 친구들
흩어진 세월은 다시 모이지 못해도
그 웃음은 내 마음에 살아 있네
아버지의 굵은 손마디
어머니의 따뜻한 눈빛
바쁘단 이유로 외면했던 것들
이제 와서 가슴을 저미네
길 위에서 배운 건 많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잃고 살았구나
남은 생이 얼마 되지 않아도
돌아오니 모든 게 제자리네
흙냄새 스며든 저 마을
낯익은 얼굴들 아직도 따뜻하네
돌아오면 반겨줄 품이 있어
이곳이 나의 마지막 집이리라
별빛이 논 위에 흩어지고
시냇물 노래 소리 멀리 흐르네
나는 오늘 이 길 위에서
지난 삶을 조용히 부르네
아, 긴 여행 끝난 그 순간에
내 숨결은 고향 바람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