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괜히 천천히 걸어요
익숙한 골목도 낯설어져서
며칠 새 짙어진 나무들 사이
초여름 냄새가 숨어 있네요
그대는 앞에서 웃고 있는데
나는 그 모습을 따라 걷다가
문득 이런 순간들이
금방 지나갈까 봐요
조금 느린 바람처럼
오늘이 오래 남았으면
봄아 가지마
우리 아직 여기 있잖아
따뜻한 이 거리 위를
조금 더 걷고 싶어
봄아 가지마
그대 웃는 모습까지
계절처럼 흘러가면
왠지 아쉬울 것 같아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서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보다
같은 순간을 보고 있다는 게
괜히 마음을 흔들어요
별일 없는 하루였는데
자꾸 돌아보게 되는 건
오늘의 햇살과 그대가
잘 어울렸기 때문일까
조금 천천히 지나가요
아직은 보내기 싫어요
봄아 가지마
우리 아직 웃고 있잖아
짧은 이 계절 속에
머물러 있고 싶어
봄아 가지마
오늘의 공기와 온도
문득 떠올릴 때마다
좋은 기억이 되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돼
아무렇지 않은 하루인데
마음은 오래 남아
봄아 가지마
조금만 더 여기 있어줘
그대와 걷던 이 거릴
천천히 기억할게
봄아 가지마
햇살 가득한 오후
오늘의 우리 모습이
오래 남아 있기를